폴이라는 이 인도계 미국인은 인간의 삶의 의미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끊임 없이 탐구했던 젊은이였다.
처음에는 그 길이 문학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지만
점차 인간의 뇌와 신경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결국 의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의사라는 길을 돈 잘버는 직업으로써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하는 소명으로써 임했다.
하루 열네 시간씩 이어지는 혹독한 레지던트 생활의 막바지.
그는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 있었고, 결혼 생활도 위태로웠다.
하지만 이제 곧 자신이 꿈꾸던 미래가 펼쳐질 터였고,
그럼 아내가 바라던 좋은 남편도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 받게 된 폐암 말기 판정.
그의 나이 서른 여섯이었다.
그는 폐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레지던트 생활을 끝마쳤다.
인공수정으로 딸을 낳았다.
그리고 살면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삶과 죽음을 주제로 책을 써내려갔다.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 것이다.
...
나는 그처럼 치열하게 산 적이 있었던가....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된다.
이 책을 두번 읽었는데, 처음에는 솔직히,
작가가 너무 덤덤하게 이야기를 써내려간듯 해서 마음에 확 와닿지가 않았다.
책의 이야기만 듣고는 작가의 패닉상태를 예상했던 모양이다.
두번째 읽었을 때에야 죽음을 앞둔 한 젊은 의사의 처연한 감정이 마음에 와닿았다.
본인이 의사였기에 절망적인 상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그랬기에 마지막을 더욱더 잘 마무리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책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이 평생을 탐구해왔던 삶의 의미와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런 에피소드들로 이어지던 그의 글은 마지막엔 자신의 딸에게 주는 메세지로 마무리 된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의사와 환자로써 최대한 객관적인 자세로 글을 쓰던 작가가
마지막엔 너무 일찍 떠나야 하는 아빠로써 메세지를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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