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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국내

깨달음 (법륜 지음)




나는 기독교인이고, 나와 친한 친구는 불교를 따른다. 

우리는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면서도 되도록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기독교가 싫은게, 뭘 자꾸 채우라고 그래. 

은혜를 받고, 성령을 받고. 

불교는 비워내라고 해서 좋아."


사실, 기독교도 자기를 버리고 성령을 채우는 것이므로 비워내는 것이 먼저긴 하지만, 

친구에게 그런 것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 책에 따르면 무아, 무상, 공이 불법의 기본교리라고 한다. 


"나는 길가에 핀 풀 한 포기와 같다. 

자신이 별 게 아닌 줄 알면 상처받을 일이 없다.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롭고, 

그 때문에 결국 특별하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알듯... 모를듯...


본인이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 때문에 인생이 괴롭고, 

괴로운 인생을 살기 때문에 특별하지 못한 존재가 된다...라는 뜻인가? 


"모든 현상은 그저 하나의 사건일 뿐 거기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면 거기에는 괴로워할 만한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을 보고 내가 괴로워하거나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킬 뿐이다.

그러니 자기 마음을 잘 관찰해야 한다."


어떠한 사건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건을 괴롭다고 느끼는 나 자신이 문제라는 말. 

괴로운 일은 사실상 없는 거지만, 

그래도 괴로운 마음이 생겼다면? 


그냥 그 마음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란다. 


괴롭다...


여하튼, 책에 따르면 나쁜 환경이 주어졌을 때 그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사람을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첫째, 나쁜 환경에 쉽게 물드는 사람.

둘째, 나쁜 환경을 일부러 멀리해 물들지 않는 사람. 

셋째, 나쁜 환경 안에 있으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 

넷째, 나쁜 환경에 물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나쁜 환경을 좋은 환경으로 물들이는 사람. 


첫번째 사람은, 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데 속박되어 있고, 

두번째 사람은, 세상을 따라가면 안 된다는데 속박되어 있다. 

세번째 사람은 어떤 경계에 부딪쳐도 경계에 휩쓸리지 않는다. 이것을 자유 또는 열반이라 말하는데, 

그러나 사실 이것 또한 완전한 행복, 완전한 자유는 아니다. 


바로 네번째 사람이 참자유의 사람이다. 

물들까 봐 겁내지도 않고, 

물들지 않는 걸 능사로 여기지도 않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사람이다. 

형상 없는 물이 그릇 따라 모양을 바꾸듯 

뭘 해야 한다는 고집 없이 상대와 인연을 따라 상응하는 것. 그것이 부처의 경지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옛날 중국 영화에서 고수들은 하나같이 이런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술도 마시고, 어딘가 사기꾼 같은데, 

알고 보면 생각 참 깊은 사람이고, 무공도 뛰어난 사람이라 

철 없는 주인공을 변화시키고 깨닫게 하는...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리고 없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서 없다. 

지금 이 순간 깨어 있는 삶으로 밝게 살아야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눈을 감고 세상이 어둡다고 아우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