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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국외

Me Before You (조조 모예스 지음)



Me Before You....?

무슨 뜻일까? 


처음에는 '당신 앞의 나'라고 약간은 로맨틱하게 생각했으나,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너 보다는 내가 우선'이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결말이 찜찜한 소설이었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Me Before You의 뜻을

'당신을 만나기 전 나'로 해석한다고 한다.)


...


535 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소설은 

26살의 루이자라는 여자의 성장 소설이다. 


영국의 어느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평범한 여자가 

한때는 뉴욕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로 일했으나 갑작스런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30대 초반의 상류층 남자, 윌의 간호인을 맡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섬세한 감정 변화와 함께 이야기 한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다소 전형적이다. 

여자 주인공은 착하고 순진하고 밝고 명랑하고, 

남자 주인공은 까칠하지만 여러모로 잘났다.

아들에게 헌신적인 어머니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돈 많은 아버지. 


하지만, 이렇게 전형적인 인물들로 구성 된,

거대한 사건이 없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재미있다라고 느낀 것은, 

하루하루 그럴싸하게 사실 적으로 기록 된 소소한 에피소드 들 때문일 것이다.


먼 영국이 배경인 이야기지만, 

묘하게 여자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잘 되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이 마을을 벗어난 적 없는, 

그럴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루이자는 

카페에서 일하며 매일 맛있는 홍차를 타고, 마을 단골 손님들과 이야기를 마냥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그리고 별 매력 없어 보이는 한 남자와 8년 동안 연애를 하고 있는,

안정적인 것을 참 좋아하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왠지,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과 많이 닮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윌은 그런 그녀에게 쉴새없이 자극을 준다.

변화를 준다.

윌은, 비록 전신이 마비 되었지만,

속에는 터질 듯한 에너지가 담겨 있는 사람이었다.

사고 전에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겼고, 

사업 수단도 전투적이었던 남자. 


...


그러기에 나는 소설의 뒷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안든다.

'존엄사'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가 루이자의 시점에서 씌여지다 보니,

윌의 감정이라던지, 상황의 전개라든지 하는 구체적인 사항들이 너무 생략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막판에 마냥 찜찜하고 허전했다.